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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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조율사' 김세진, 코트 위 노련한 여우

기사입력 2015.04.02 04:52 / 기사수정 2015.04.02 04:52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안산, 김승현 기자] 코트 위에서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그 누구보다 치밀했다. 세세한 지략은 팀을 챔피언으로 인도하는 결론을 냈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1일 열린 삼성화재와의 NH농협 2014-15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5선3승제)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5-19 11-25 25-23) 승리를 거뒀다. 

창단 첫해 6위에 머무르며 높은 벽을 실감했던 OK저축은행은 8연패를 노리던 '최강' 삼성화재를 스윕하며 창단 2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확실히 쐐기를 박으려는 OK저축은행과 벼랑 끝에 몰려 탈출구가 시급한 삼성화재가 3차전에서 다시 만났다. 2세트까지는 OK저축은행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됐다. 경기 전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던 신치용 감독의 발언대로 삼성화재는 무기력을 호소하며 끌려갔다.

1, 2세트는 김 감독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삼성화재를 쉽게 제압하기 위해 강한 서브를 계속 지시했고,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삼성화재의 리듬을 깼다. OK저축은행은 강서브를 꽂아 넣으며 리시브가 약한 삼성화재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도미노처럼 급격히 무너졌고, 승리의 기운은 OK저축은행을 향하는 듯했다. 

위기의 삼성화재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했다. 삼성화재는 한 세트만 가져가면 우승에 도달하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의 들뜬 심리를 역이용했다. 흥분한 OK저축은행은 잦은 범실로 자멸했고, 어느새 점수차는 10점 차이로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을 모두 불러들이며 체력 안배를 꾀했고, 4세트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반면 쫓기는 삼성화재는 주전 선수들을 불러들일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상대 리듬에 질질 끌려가기 싫어서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양새에도) 욕을 먹으면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백기를 투항하며 3세트를 확실히 포기한 것은 과감한 결단력이 됐다. 김 감독의 결정으로 선수들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4세트를 잡아냈다.  

라이트 공격수인 시몬을 본래 포지션인 센터로 투입한 것도 주효했다. 무릎 통증의 부담을 덜었고, 좌우로 강하게 때릴 수 있는 속공의 위력은 더욱 배가됐다. 시몬이 가세한 OK저축은행의 벽은 더욱 높아졌고, 레오의 화력을 반감하는 효과도 낳았다. 이날 레오는 44점(공격 성공률 54.92%)을 취했지만, 9개의 범실로 추격을 어렵게 했다. 

김 감독은 우승을 거머쥔 뒤 "건방지게 말하면 패러다임을 바꾼 것 같다. 처음에 왼손으로 플레이했다가 오른손으로 바꿨고, 세터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최연소 국가대표를 했고, 대표팀에서 4년 연속 주장을 맡았다"고 회상했다.

다방면을 경험하며 적응해 나간 것은 지도 철학에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사람이 사는 곳에 적극적으로 흡수되려고 노력했다"며 융화력을 우선시하는 김세진표 지도 색깔을 넌지시 언급했다. 

V리그를 강타한 김 감독의 온화하고도 때로는 따끔한 형님 리더십은 선수단과 시너지를 낳았다. 송명근은 "선수 시절 많은 것을 경험을 바탕으로 김세진 감독이 선수단을 잘 컨트롤한다. 개개인의 표정이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 조율을 잘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이제 2년차 초보 감독이다. 우승의 성과를 냈음에도 배구 기술을 아직도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 김 감독이다. 젊지만 노련하고, 때로는 여우같은 그는 "나만의 특징과 컬러를 확립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를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초보 운전' 딱지를 뗀 김 감독의 말대로 지도자 생활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김세진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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