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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성공 위해 만들면 제품, 음악 아니다"(인터뷰)

기사입력 2014.10.28 06:40 / 기사수정 2014.10.28 03:04

한인구 기자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 ⓒ YG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12곡을 '신발장'이라는 앨범에 담아내기까지 2년이 흘렀다. 그사이 힙합 래퍼들의 성장은 도드라졌다. 에픽하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약간의 운을 믿되 성공을 위한 제품으로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정규 8집 '신발장'이 발매되자 선공개곡 'BORN HATER(본 헤이터)'를 비롯해 타이틀곡 '헤픈엔딩' '스포일러'가 음원차트를 집어삼켰다. 그제야 에픽하이는 웃을 수 있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기쁘죠. 차트 성적을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타블로) "앨범에 대한 분위기가 좋아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미쓰라)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해요."(투컷) 

에픽하이는 2년 동안 앨범작업에만 매달리지 못했다. 미쓰라가 슬럼프를 겪었기 때문이다. "미쓰라를 잡아서 앉히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지난해 10주년 앨범을 냈어야 했는데 음악에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였죠."(타블로) 미쓰라는 음악 활동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호불호가 갈렸던 전작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데뷔 11주년을 맞은 에픽하이는 항상 팀원 중 한 명은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셋 다 온전한 상황은 거의 없었다. "힘들어하는 한 명을 업고 뛰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11년 동안 함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타블로) 에픽하이에게는 영광만큼이나 시련도 많았다. 타블로가 예기치 않게 학력 논란을 겪었고, 미쓰라와 투컷은 군 복무했다. 그래도 셋은 단단하게 서로의 다리가 되어줬다. "어제 이적의 '다행이다'를 들었죠. 청혼 노래인 줄 알았는데 다르게 마음에 다가오더라고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했죠."(타블로)

실력파 가수들이 모인 올 10월은 가요계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에픽하이는 가수 김동률, 서태지, 비스트, 개코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경쟁했다. 그들은 이 가운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행운이죠. 음악을 전략적으로 성공을 위한 요소로 생각하고 만들면 제품이지 음악이 아니에요."(타블로) 어느 한 부분이 현재를 만든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수많은 고마운 사람과 음악을 듣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힘이 합쳐져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에픽하이만이 '힙합'이라는 흰 바탕 위에 그려낼 수 있는 섬세한 감성은 이번 앨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새 앨범의 이름인 '신발장'은 가장 애절한 곳이다. 집에서 나갈 때 인사하고, 일을 끝내고 가장 먼저 만나는 장소다. 중요한 듯하지만 제일 소외당하는 공간이다. 에픽하이는 신발장의 의미처럼 만남과 이별을 노래했다.

에픽하이는 '신발장' 작업을 하면서 기존 작업실, 프로듀서와 작업했다. YG 측에서 에픽하이만의 색깔을 유지하길 바라서였다.

'본 헤이터'는 수록곡 중 가장 공격적인 노래다. '19금' 딱지가 붙은 것처럼 상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무작정 비난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빈지노, 버벌진트, 비아이, 송민호, 바비가 피처링했다. "헤이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해달라고 했어요."(타블로) 그의 요구대로 래퍼들은 더욱 진솔한 화법으로 가요팬들의 가려운 마음을 '본 헤이터'로 긁어줬다.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는 전작 7집 작업 중 뼈대를 세워놓았었다. 당시 타이틀곡은 'Don't Hate Me(돈 헤이트 미)'였다. "세 곡 중 하나가 앨범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공존하기엔 어려워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웃으면서 노래하고 싶어 '돈 헤이트 미'를 선택했어요."(타블로) 7집은 에픽하이의 앨범 중에서 색채가 조금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일부에선 에픽하이만의 정체성이 없어졌다는 목소리도 냈다. "많은 사람들이 색을 잃었다곤 말해도 새로운 색을 얻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무언가가 달라졌을 때는 무언가를 얻은 것이죠."(타블로)

'신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일렉소스가 없고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에픽하이는 "저희가 못하는 것들이 합쳐져 운 좋게 장점이 됐다"고 말했다. 절제나 여백의 미를 강조한 것이 아닌 그런 방법을 모른다고 했다. 단출한 듯 만들어진 수록곡들은 담담한 멜로디라인을 더욱 뚜렷하게 강조했다. 담백하고 맛깔스러운 사운드로 채워진 것이다.

최근 힙합 장르가 힘을 다시 얻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에픽하이가 있는 듯하지만 이들은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힙합이 대세라고 하지만 우리가 한 것은 없어요. 2년 동안 준비만 하고 있었죠. 레이블 AOMG, 일리네어이라든가 다이나믹듀오, 빈지노 등 랩스타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죠. 그런 파도 위에 탈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에요."

'신발장' 앨범 자켓에는 발레리나가 토슈즈의 끈을 묶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토슈즈는 굉장히 우아하지만 신으면 신발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죠. 인생자체를 잘 표현하는 거 같아요." 시선을 조금 옮기자 자켓 왼쪽 하단에 '19세 미만 청취불가'라는 문구가 토슈즈와 맞물려 보였다.

에픽하이 '신발장' ⓒ 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 '신발장' ⓒ YG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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