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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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금메달을 꿈꿔요" 베트남 태권소녀들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4.09.30 08:08 / 기사수정 2014.09.30 15:31

나유리 기자
왼쪽부터 응우옌-지앙-타오-정진희 감독-뚜옌-히엔-띠항 ⓒ CJ
왼쪽부터 응우옌-지앙-타오-정진희 감독-뚜옌-히엔-띠항 ⓒ CJ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아마추어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있다. 스포트라이트에 조금 비껴난 선수들이 주는 감동은 더 크다.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 않아도 베트남에서 온 태권소녀들의 '태권도 사랑'은 눈빛과 손짓을 통해 누구에게나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진심이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국가 베트남에는 태권도를 즐기는 인구가 약 100만명 가까이 된다. 매우 인기있는 격투 스포츠 중 하나다. 지역별 클럽도 활성화되어 있어 전문 선수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두고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한국기업인 CJ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베트남 금메달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한국 기업과 베트남 여자 태권도의 인연은 2012 런던하계올림픽 이전부터 시작돼 2013년부터 더욱 본격화됐다. CJ의 후원 이후 베트남 여자 태권도 대표팀은 지난 12월 미얀마에서 개최된 제27회 동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기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에서의 좋은 성적과 2016 리우,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의 베트남 첫 금메달이다.

선수들은 베트남 다낭 지역에 마련된 선수촌에서 훈련을 소화하며 훈련 장비와 용품, 전지훈련 비용을 일체 지원받는다. 또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가 열리는 2014년, 2016년, 2019년에는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베트남 첫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키울 예정이다. 

현재 베트남 여자 태권도 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세계태권도선수권 2연패 경력을 지닌 정진희 감독이다. 때론 친언니처럼 다정하게, 가끔씩은 호랑이선생님처럼 엄격하게 선수들을 다루는 정 감독을 두고 태권소녀들은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분"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지난 26일 인천시내의 한 카페에서 베트남 여자 태권도 대표팀을 만났다. 정진희 감독도 함께였다. 조용하던 카페가 금새 시끌벅적해질만큼 밝은 청년들이었지만 태권도 이야기를 꺼내면 눈빛이 달라졌다. 광주와 부산 등지에서 진행된 3개월간의 한국전지훈련을 마치고 전날 선수촌에서 입소한 이들에게서 긴장감보다는 희망과 열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부산체고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코칭하는 정진희 감독 ⓒ CJ
부산체고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코칭하는 정진희 감독 ⓒ CJ


-이제 하루 지났지만 선수촌 생활은 어떤가. 숙소 내부에는 침대말고 특별한게 없다고 들었다(웃음).

(타오) 생활은 괜찮다. 오히려 지금은 운동해 집중해야 하는 때니까 다른게 없어도 좋다.
(응우옌) 동료들과 한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편하다. 마치 가족같다.
(띠항)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휴대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와이파이가 있다(웃음).

-태권도 선수들에게는 이제부터 아시안게임이 시작된다. 선수촌에 들어가니 실감이 나나.

(히엔) 그렇다. 다른 선수들의 열정이 더 크게 느껴지고 시합이 가까워질 수록 기대도 커진다.

-다들 태권도를 왜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타오) 2006년에 시작했다. 그때가 13살이었다. 친오빠의 친구가 함께 태권도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히엔) 원래 운동을 좋아했다. 태권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함께 했었는데 갈 수록 키가 크고, 성적도 잘 나오니까 선생님이 태권도를 본격적으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정진희 감독) 베트남에는 지역별로 태권도 클럽이 있다. 그러다보니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다.

-3개월간의 한국 전지훈련이 끝났다. 

(응우옌) 한국의 부산, 광주 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훈련을 하니까 다양한 상대랑 겨룰 수 있었고 덕분에 배우는 것도 많았다. 지방마다, 학교마다 다른 스타일이 있으니까. 

(뚜엔) 나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한국 선수들과 만나서 경험을 더 많이 쌓은 것 같다. 다만 팀에서 막내이다보니 언니들이 항상 괴롭히고 놀려서 괴롭다(웃음).

(정진희 감독) 작년에 한국에 왔을때랑 올해 훈련을 비교해보면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작년에 겨뤘던 한국 선수들이랑 올해 다시 붙어보면 확 차이가 난다. 처음은 부산체고와 동아대 그리고 김제에서 김제시청 선수들과 함께 했고, 광주로 넘어가서 조선대와 광주 광산구청 소속 선수들과 훈련을 소화했다. 사실 베트남은 워낙 날씨가 더워서 꾸준히 웨이트를 비롯한 훈련을 소화하지만 아주 많이는 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100%로 훈련을 한다면 베트남에서는 6~70%를 소화한다. 그래서 더욱 한국전지훈련 기간이 중요한 시기다.

-첫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을때 가족들이 어떤 응원을 해줬나. 그동안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띠항) 원래 평소에는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웃음).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때는 부모님이 "항상 건강 조심하고, 경기에 대해 너무 부담갖지 말아라.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응원해주셨다.

(타오) 태권도 시작했을 때부터 국내 대회는 늘 어머니와 함께 다녔었다. 갈 수록 부모님과 함께 다니지 못하는 대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자주 하니까 괜찮다. 늘 응원해주신다.

(띠항) 2년전쯤 그만둘 뻔한 때가 있었다. 그때 주니어 국가대표였는데 시니어 선수들과 훈련을 하다보니 오히려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대표팀에서 탈락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었다. 그때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서 클럽에서 훈련을 진행했는데 열심히 했더니 실력이 다시 향상됐고, 지금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응우옌) 훈련이 워낙 힘들고, 집 떠나 객지에서 생활을 하니까 부모님의 걱정도 많으셨다. 또 부상까지 겹칠 때가 있었다. 그만둘까 싶을때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해온게 있는데 그만두면 너무 아쉽다'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베트남의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응우옌) 지금 나이가 어리지 않아서(만 24세) 왠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것 같다.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뚜엔) 어떤 선수든 마찬가지겠지만 이렇게 큰 대회에 참석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영광이다. 물론 좋은 성적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지앙) 국가대표 선수인만큼 국가에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좋은 성적을 가져다 드리고 싶다. 예를들면 금메달 같은(웃음).

(타오) 더 많은 대회에 참석해보고 싶다. 그리고 힘든 훈련을 소화해온 만큼 대회에서 나의 실력을 제대로 다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자신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응우옌) 김치랑 삼겹살이 너무 맛있다(웃음).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다. 이건 선수로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에 훗날 태권도를 그만하게 되더라도 다시 와서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해보고 싶은 나라다.

(타오) 앞으로 한국 전지훈련에 또 올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나중에 코치가 되면 가르치는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와서 훈련을 시키고 싶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훈련은 태권도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앙) 나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권도 선수들이 모두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지금 베트남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고 기대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히엔) 태권도는 한국의 무술이지 않나. 다른 종목이 아닌 태권도를 선택한게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띠항) 이번 전지훈련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첫 방문에 이렇게 큰 대회에 참석하게 되서 영광스럽고, 꼭 코치님들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다. 특히 정진희 감독님이 나를 국가대표로 뽑아주셔서 고맙다. 감독님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을 것이다.

(뚜엔) 한국 대학이나 클럽 선수들과 훈련을 하면서 느낀건데 한국 태권도 선수들은 인기가 많은 것 같다. 3개월동안 전지훈련을 하면서 훈련 이외에도 한국의 문화나 음식을 알게되서 즐거웠다. 또 한국 친구들도 사귀었다. 한국 친구들은 다정하고 착하다.


EXO(엑소)나 김수현, 김우빈, 소녀시대 같은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한국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선수들 사이에는 까르르 웃음이 번졌다. 통역을 통해 기자에게 "김수현은 실제로 봐도 정말 잘생겼나요", "베트남에서는 요즘 엑소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질문하는 등 국가대표 선수가 아닌,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소녀들 그 자체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수줍은 미소의 베트남 태권소녀들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고국의 명예를 위해 고된 훈련을 소화해왔고, 목표했던 정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정진희 감독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이기면 좋지만 설령 지더라도 그동안의 훈련 과정이 너무나 좋았다. 다들 참 잘따라줬다"며 애정어린 눈빛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제 태권도는 30일을 시작으로 나흘간 본격적인 행군에 나선다. 물론 태권소녀들도 마찬가지다. '에이스' 타오와 응우옌을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 모두 최고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도전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들의 삶 또한 이번 아시안게임이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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