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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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감독"…윤여정, 故김기영에게 전한 마음 [93회 아카데미]

기사입력 2021.04.26 22:50 / 기사수정 2021.04.26 18:2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영화 데뷔작 '하녀'(1971)를 함께 했던 故김기영 감독을 떠올려 뭉클함을 안겼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각) 미국 LA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현지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한국나이 75세, 연기 56년차 배우 윤여정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故김기영 감독이다.

윤여정의 영화 데뷔작인 '화녀'는 시골에서 상경해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윤여정)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면서 벌어지는 파격과 광기의 미스터리 드라마. 윤여정은 '화녀'에서 한 가정을 파멸로 몰고 가는 가정부 명자 역할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파격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집착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한국영화 사상 가장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감독으로 불리고 있는 김기영 감독의 시대를 앞서간 연출력과 획기적인 촬영 방식, 파격적인 서사, 독특한 미술 등은 현재까지도 관객들에게 회자되는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화녀'를 통해 윤여정은 제1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윤여정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후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두 아들에게 차례로 감사 인사를 남긴 윤여정은 이어 "그리고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다'며 김기영 감독의 이름을 꺼냈다.

이어 윤여정은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얘기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김기영 감독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윤여정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감독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걸 60세가 넘어서 알았다. 영화가 종합예술이지 않나. 감독의 역할이 정말 많은데, 그걸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고 힘이다. 봉준호 감독도 대단하다"고 얘기했다.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것이 제가 스물한 살 때였다"라고 말은 이은 윤여정은 "사고에 의해서 만난 것이었다. 정말 죄송한 것은, 그 분에게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50세에서 60세 때였다. 그 분이 돌아가신 뒤였다. 다른 사람들은 김기영 감독에게 천재라고 했는데 난 힘들고 싫은 감독이었다. 그래서 죄송하다. 사람들이 '늙었는데 철이 없다'고 말하지만, 후회한다. 그래서 늘 그 얘기를 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났지 않았나. 나보다, 우리 아들보다 어린 사람인데 차분하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아무에게도 모욕을 주지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고 존중하면서 일을 한다. 거기서 내가 희망을 봤다.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의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온 것이다. 그게 너무나 희망적이었다. 43세 먹은 사람에게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며 "김기영 감독님에게 못한 것을 지금 정이삭 감독이 다 받는 것 같다. 그 감사함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다. 내가 올해 75세인데,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며 쑥스러워했다.

1919년 생으로, 1955년 영화 '주검의 상자'로 데뷔해 1960년 '하녀'와 '화녀'(1971), '충녀'(1972), '화녀 82'(1982), '육식동물'(1984)까지, 일명 '하녀 시리즈'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끝없이 변주해 왔던 김기영 감독은 1998년 자택 화재 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윤여정은 '화녀' 이후에도 '충녀'로 김기영 감독과 함께 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쓸었던 봉준호 감독도 김기영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화녀'는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기념해 오는 5월 1일 50년 만에 CGV 시그니처K 상영관에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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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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