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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노크] '결백' 윤기호 대표 "충무로 시련의 아이콘? 늘 진심을 다해서"

기사입력 2020.06.19 11:50 / 기사수정 2020.06.19 11:22


[김유진의 노크]는 영화계 안팎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숨은 일꾼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엑스포츠뉴스의 고정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을 제작한 영화사 이디오플랜의 윤기호 대표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속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영화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래대로라면 지난 3월 관객들을 마주했어야 할 '결백'은 두 차례의 개봉 연기 끝 지난 10일 개봉해 상영 중입니다.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일을 해온 윤 대표에게도 몇 년 같았던 몇 개월의 시간이었습니다. 묵직한 울림을 안겨주며 242만 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으며 호평 받았던 '재심'(2017)으로 주목받은 후 '재심' 제작진이 다시 힘을 모은 '결백'으로 3월 극장가를 노크했다 되돌아서기를 두 번. 그렇게 우여곡절 끝 개봉한 '결백'은 10일 개봉 이후 풀죽어있던 극장가에 조금씩 활력을 불어넣으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10일 '결백' 개봉 이후에도 윤 대표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결백' 개봉 이틀 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이디오플랜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갓 세상에 나온 '결백'과 관련된 여러 상황들을 세심히 살펴보는 것은 물론, 코로나 여파로 해외 촬영을 잠시 중단한 '보고타'까지, 꼼꼼하고 차분하게 준비를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버텨왔던' 올해 상반기. "관계자들이 저를 보고 '시련의 아이콘'이라고 하더라"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인 윤 대표는 특유의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드러내며 영화계의 빠른 정상화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간절히 소망했다.


▲ "'결백', 개봉만으로도 기쁜 마음"

-'결백'이 정말, 드디어 개봉했어요.

"'결백'을 만들면서 소위 말하는 천만 영화는 아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이야기였고 관객들이 다가갈 수 있는 상업영화로의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코로나로 개봉이 연기되는 상황을 맞을 줄은 정말 몰랐죠. 참 속상하기도 했어요. 온전히 고생한 만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뿐만이 아닌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으니까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결백'을 만들면서 많은 노력을 했는데, '노력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이건 다른 문제라는 것을요. 개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 맡겨지는 부분이다 보니 저희 맘대로 안 되는 것에 속상해하지 말자는 마음이었죠. (감정이) 너무 밑으로 빠져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았고, 그렇게 관객들을 만나려는 시기를 잡아서 지금 이렇게 개봉하게 된 것이죠."

-'결백'이 개봉 첫 날 2만3047명, 둘째날 3만9920명을 모았죠. (18일까지 41만 명의 관객이 '결백'을 관람했다)

"오랜만에 나온 한국 상업영화인데, 많은 관객 분들이 봐주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지금의 상황이 이러니 안타까울 따름이죠. '결백'은 최대한 예산을 줄이면서, 저희가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본 것인데요. 손익분기점이 150만 명인데, 낙관적으로 봤을 때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영화에 투자해 준 분들도 손해 보지 않고, 스태프들도 저희 작품을 통해 또 더 좋은 영화를 만들 기회를 얻고요. 배우들도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는, 모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해서 갈 수 있는 지점을 생각했는데 상황이 꼬였던 것이죠.

3월 초에 개봉하려고 하다가 개봉 일주일 전에 미뤄지게 된 것인데, 이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상태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는 개봉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5월이 되면서 해빙기를 기대했는데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됐죠. 사람들의 일상이 돌아오는 시간, 그리고 저희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시기를 같이 맞추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백'에 앞서 개봉한 '침입자'(4일)까지, 개봉 결정에 응원을 보낸 이들이 많았죠.

"'결백'도 그렇지만, '보고타'의 경우는 저희가 '영화사 수박'과 공동제작인 작품인데 이 작품도 해외 촬영이 중단됐잖아요. 주변 관계자들이 저보고 '충무로의 시련의 아이콘'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도 '너니까 버틸 것 같아'라는 얘길 해주시는데, 하기야 저희 일이 언제는 안 힘든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해야 될 일들을 또 꾸준히 해나가려고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죠."

-제작자라는 위치가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죠.

"영화 일을 한다는 것이, 늘 불안함이나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 제작자들도 그렇고, 연출자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부터, 모든 과정이 참 외롭죠. 그러면서도 책임은 저희가 지어야 되는 부분들인 것이니까요. 다행히 저는 저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형인 박성일 대표와 이디오플랜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커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불안함도 마찬가지죠.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흥행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지만 관객들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안정적인 일이 아니다보니, 매 순간의 불안함들을 항상 느끼죠. 일을 하다 보니 '고민은 하되 빠져들지는 말자'라며 단련이 된 것은 있지만, 여전히 어렵네요."

-두 차례 개봉 연기가 되고 지난 4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가졌었죠. 이날은 마음도 남달랐을 것 같고요.

"그날은 기분 좋았어요.(웃음)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서 관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쁨이었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좌석 띄어앉기같이 바뀌어버린 모습들을 보며 '이제는 (코로나를) 안고 가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안에서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줘야 할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또 하게 됐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희 배우들이 영화를 좋아해줬다는 것이 제게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었거든요.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은 저라고 생각하면서 만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가 첫째 다짐이고요. 또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이냐' 하는 부분이 중요한데, 시사회 때 허준호 선배님이 '배종옥, 신혜선 배우와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었죠. 그 말은 진심이셨거든요. 이 얘기가 저희 영화에 대한 반응이 아닐까 생각해요. 남은 것은 관객 분들의 반응인데, 그저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죠."

-'결백'을 통해 신혜선 씨는 첫 영화 주연으로 나섰어요. 늘 그랬듯 좋은 연기를 펼쳐준 배종옥, 허준호 씨까지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은 평을 받고 있죠.

"원래부터 배우들이 갖고 있던 모습들이고, 저희는 그것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뿐이죠. 제가 '충무로의 모험왕'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거든요.(웃음) 제가 만들었던 작품들 중,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와 선택을 했던 영화들이 있었어요. 2000년대 초반과 중반까지만 해도 영화가 배우를 발굴했던 시기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는, TV에서 발굴한 배우들과 저희가 작업을 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면, 어쩔 수 없이 상업영화를 만들 때 검증된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여자가 원톱인 영화가 가능하냐' 이런 관점이 있거든요. '결백'도 사실 시나리오를 가지고 캐스팅 작업 중일 때, '(주인공을) 남자로만 바꿔도 투자받는데 훨씬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쟁쟁한 남자 배우가 들어온다면 (투자를 받는)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요. 그런데 듣고 보니, '그럼 다른 영화와 뭐가 다르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검증된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당연히 조금 더 쉽겠죠. 하지만 영화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거든요. 누군가는 혹여 신혜선이라는 배우를 보고 'TV에서 주로 활동하지 않았느냐. 영화 주연을 하기엔 부족하지 않냐'고 말했지만, 그런 배우였기 때문에 이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신혜선이라는 배우는 '결백'에서 안정인이라는 역할을 가장 잘해줄 수 있는 친구였고요. 신혜선 씨가 '결백'을 통해서 새로움을 안겨주고 정말 도전을 하는 것이라면 배종옥·허준호 선배님은 정말 연기적으로 작품을 안정성 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무게감을 더해주시는 분들이죠. 여기에 조연 분들과 수많은 배우들까지, 그런 분들이 계시니 신혜선이라는 영화에서의 신인 배우도 당당하게 자기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고요."

-'결백'을 보면서도 연기는 물론, 연출에서도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들이 느껴졌어요.

"박상현 감독님이 오랫동안 조감독 활동을 해왔었거든요. 저와 마찬가지로 20여 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데, 그만큼 (감독 데뷔작에) 누구보다 애정이 갖고 있을 것이에요. 많지 않은 예산의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디테일에 많이 집중하면서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냈죠. 연출자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도와준 스태프들의 노력도 물론 크고요."

-코로나 위기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었죠. 제작자의 시선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봤었는지요.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제가 왈가왈부하기는 어렵겠지만….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 제가 영진위 공청회에 가서도 얘기한 경험이 있는데, 어떤 좋은 것들을 만들어보려고 해도 시스템이 너무 한정돼 있다 보니까 새로운 시도를 못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조금 다르게 얘기해본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영화의 주요 주인공들이 거의 30대 남자 배우였어요. 저희도 이해를 하거든요. 데이터가 쌓인 결과들이고, 또 이 데이터에 따라 이야기 공식이 만들어지니까요. 그런데 계속 이렇게 돼버리면 새로운 영화가 못 나오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걸 깨려면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럴 때 힘이 돼줘야 할 곳이 영진위죠.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어요."


▲ "사람과 함께해 더 재미있는 영화 일, 늘 진심을 다해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일을 해왔다고 했죠.


"2001년에 군 제대를 하고 류승완 감독님의 '피도 눈물도 없이' 제작 파트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에도 '혈의 누', '기담', '마린보이', '친정엄마'까지 여러 영화를 거쳤고 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페이스 메이커'(2012)가 기획부터 제작, 프로듀서까지 참여했던 작품이고 이후 회사를 창립해서 드라마 기획부터 게임 시나리오일까지….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했어요.(웃음) 제가 의외로 국문과 출신이거든요?(웃음)(1979년생인 윤 대표는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97학번이다)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흥미가 많았어요. 그리고 그 주된 매개체가 영화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쭉 해오게 된 것이고요."

-'이디오플랜'이라는 회사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이디오플랜(IDIOPLAN)'에서 '이디오'가 그리스어 어원인데 '우리만의', '고유의' 이런 뜻을 갖고 있거든요. 사실 저는 idiot(바보, 멍청이)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는데 주변 분들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여야 되지 않겠냐'고 걱정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디오'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의 페이스대로 쭉쭉 달려가자'는 생각으로 짓게 됐어요. 저와 공동대표인 박성일 대표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이자 동료거든요. 2001년 '피도 눈물도 없이' 제작부를 하던 시절부터 만나서 각자 프로듀서로 일하다 2010년부터 같이 하게 됐고, 이디오플랜을 만든 후 '재심'을 함께 했죠. 그만큼 신뢰가 깊은 사이예요."

-영화 일을 평생 업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는, 어쩌면 상상하지 않았던 미래였을 수도 있겠어요.(웃음)

"글을 쓰고 싶어서 국문학과를 갔다가 글에 재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제작파트로 마음을 돌렸죠.(웃음) 원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영화 일을 시작했는데,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더라고요. 대학생 때 단편 작업들도 해왔었는데, 이 쪽 일이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제대 후에 이렇게 충무로로 들어오게 된 것이에요. 저 혼자 외롭게 진행하는 것보다, 배우와 감독처럼 다양한 사람과 협업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었어요. '이런 일이라면 계속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렇게 글에 기반해서 영화라는 세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죠."

-영화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죠. 윤 대표만의 사람을 대하는 법, 노하우가 있을까요.

"이 쪽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자'는 것이에요. 사실 이 일을 하다보면 정치라는 것이 끼어들게 되죠. 각자가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진심으로 얘기하면, 싸우게 되더라도 풀린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서로의 위치나 체계를 통해 정리하는 방식이 돼버리면 풀리지 않아요. 소위 말해서 '작품 끝나면 다신 안 보는' 사이가 되는 것이죠.

저희 영화 '재심'과 '결백'이 그랬어요. 연출자인 '재심' 김태윤 감독님, '결백' 박상현 감독님의 역할이 당연히 컸고요. 제 입장에서는 친구(박성일 대표)와 함께 하는 것이 행복했죠. 친구라는 개념이 단순히 또래라는 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사람들, 처음 만났음에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싸우더라도 풀릴 수 있게 돼요. '재심'을 만들었던 스태프들이 '결백'에 함께 해 준 것도 그런 부분이 크죠. 저희들 사이에 만들어진 신뢰가 기반이 됐던 것이에요."

-변수가 많은 영화 일을 하면서 평정심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가 좋아하는 한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같이 작품을 해나가고 있을 때, 감독이나 배우는 각자 자신의 롤에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면 가끔 객관성을 잃어버리기 쉬워져요. 그럴 때 이것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감독, 배우와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 제작자라고요 말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좋은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모인 현장에서는 사실 제작자가 할 일이 없어요.(웃음) 일을 잘 마치고 다 같이 술 마시고 그러는 것이죠.(웃음) 어쨌든 많은 사람이 하나의 작품에 모이다 보면 한 두 번씩은 한쪽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럴 때 감독, 배우와 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되새기고 지켜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이는 것이 제작자의 숙명이기도 하죠. 윤 대표만의 선택과 결정의 방법은 어떤가요.

"맞아요, 선택할 일이 많죠.(웃음) 그 중에서도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봐요. 시나리오를 공유해서 같이 작업하고 기획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분야가 있다면, 제작 파트의 일에서는 스태프들을 모으게 되잖아요. 스태프들이 잘 모이면, 일의 절반이 끝나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 첫 번째가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하지만 또 아무리 좋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느끼지 않는다면 영화로서의 매력이 덜어지죠. 그런 영화의 매력과 재미를 만드는 방식 중 하나가 좋은 스태프들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일을 잘 하고 엄청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조화가 잘 될 수 있냐 없냐를 봐야 하는데, 제가 제작자라고 해도 그 모든 것을 다 관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해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사람을 잘 보려고 하죠."

-영화사 수박과 함께 '보고타' 제작도 참여하고 있죠. 코로나로 인해 해외 촬영을 중단하고 귀국해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고요.

"'보고타'는 프로덕션을 맡아서 일하고 있어요. 50%를 촬영하고 온 상황에서 코로나 때문에 촬영을 중단하게 됐죠. 투자사, 배우들과 '내년 상반기쯤에는 촬영을 재개하자' 정도까지 얘기를 나눈 상태예요. 영화사 수박의 신범수 대표님이 기획부터 투자, 배우들 관련 일까지 메인 일들을 진행하시고 있고요. 이 이야기가 해외에서 진행해야 하는 프로덕션 등이 있는데, 저희들이 아무래도 제작 파트에 있어서는 이전부터 쭉 달려왔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프로덕션 부분은 저희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죠. 서로 소통하면서 계속 정리해나가고 있는 작업인데, 저 스스로는 신 대표님과 정말 얘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풍속이라고도 보는데, 제작에 있어서 이전에는 '나 혼자 끝까지 한다'는 의미가 컸다면, 지금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고 또 같이 하면서 그 작품을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요."

-앞으로 이디오플랜이 만드는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을까요.

"20대 초반의 남자아이들, 청춘이 달려가는 이야기와 50대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두 가지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진짜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전부터 있었는데,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거든요. 제가 생각해왔던 '진짜 멜로'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지금 제작 준비를 계속해가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고민도 생기죠.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야 영화의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요. 근본적으로는, 원천 소스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플랫폼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해보려고 해요."

-당분간은 극장에서 꾸준히 상영되는 '결백'을 볼 수 있겠어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인디가수 중에 '강백수밴드'를 하는 강백수라는 친구가 있어요. 얼마 전 이 친구의 10주년 콘서트에 갔었는데, '자기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웃음) '어떤 커다란 성공 없이도, 10년 동안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말하는데, 정말 와 닿았죠. '재심'이라는 영화로 다행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제가 지금까지 소위 엄청난 대박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이렇게 영화 일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고 또 즐거워요.

'결백'이 장기적으로 상영됐으면 하는 마음도 당연히 있어요. 사실 예전 같았으면 일주일 안에 영화의 운명이 결정돼버리곤 했잖아요. 이제는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영화를 온전히 봐 줄 수 있는 시간이 3주, 4주 계속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무언가 예전처럼 상영, 관람 방식이 달라질 수 있고 시장이 바뀌는 그런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정상적인 상황에서 개봉을 했을 때만큼의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만든 이야기를 알아주시는 관객 분들이 있으실 것이라 믿고 있어요. 조금 더 길게 가면서, 관객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저희 영화를 데리고 가려고 해요. '영화 개봉하기 힘들지 않냐'는 말을 듣는데, 지금 영화뿐만이 아니라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와중에 영화가 줄 수 있는 위안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백'이 오랜 시간 동안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이엔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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