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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⑤] 트로트로 '국민 대통합' 시킨 송가인X유산슬이어라

기사입력 2019.12.29 07:50 / 기사수정 2019.12.28 22:34


[엑스포츠뉴스 전아람, 박소연 기자] "송가인이어라~", "신인가수 유산슬입니다!"

2019년 가요계는 유독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시작으로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 그리고 국내 대형 기획사로 손꼽히던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전 대표가 각종 범죄 의혹에 연루되며 추락했다.

여기에 박경이 쏘아올린 '음원 사재기' 논란과 결혼을 앞두고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으로 얼룩진 '국민가수' 김건모의 몰락 등 충격의 연속이었다. 비보 역시 잇따랐다. 극심한 악성 댓글로 인해 우울증을 앓던 故 설리와 故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처럼 바람 잘 날이 없던 날들의 연속에서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활약과 트로트 장르의 약진은 가요계의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왔다. 특히 트로트가수 '송가인'과 신예 '유산슬'의 등장은 그야말로 열풍을 넘어 신드롬에 가까웠다.

TV조선 '미스트롯' 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계 역사를 새로 쓴 송가인과 '국민MC'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인 유산슬은 아이돌 못잖은 거대한 '팬덤'을 운집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판소리를 전공한 송가인은 2012년 10월 본명인 조은심이라는 이름으로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를 발표,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2017년부터 송가인이라는 예명을 사용한 그는 대부분의 트로트 가수가 그렇듯 상당히 긴 무명시절을 보냈다.

7년이라는 긴 무명 끝에 송가인은 지난 2월 방송된 '미스트롯'에 출연했다. 정통 트로트에 최적화된 보컬을 자랑하며 클래스가 다른 기량을 뽐내던 송가인은 최종 우승을 거머쥐며 '미스트롯' 진(眞)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송가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미스트롯' 우승 이후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TV조선 '송가인이 간다-뽕 따러 가세', '아내의 맛'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으로 더 큰 인기를 구가했다.

여기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 KBS 2TV '해피투게더4' 등 출연하는 예능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지난 11월 열린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 '가인이어라'는 MBC에 단독 편성이 될 정도였다.

당시 '가인이어라'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가 하면, MBC에서 특집으로 방송된 콘서트 실황은 8.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률 여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송가인은 MBC에서 단독 리사이틀 무대를 설 특집으로 다시 한 번 선보인다고 알렸다.

이처럼 송가인은 트로트로 '국민 대통합'을 시키며 '송가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송가인이 트로트계를 이끌었다면, 하반기는 트로트 샛별 유산슬이 등장해 트로트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등장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유산슬은 중화요리가 아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국민 MC' 유재석의 부캐릭터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유산슬'을 검색하면 유재석의 정보가 최상단에 노출된다.

'놀면 뭐하니?'는 '국민 예능'이라 불렸던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PD가 1년 4개월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여러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유재석은 강제로 트로트계에 입문했다.   

그렇다면 유재석은 어쩌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을 가지게 됐을까. 거창한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었다. '놀면 뭐하니?' 방송에서 가수 진성, 윤수현, 작곡가 김도일이 유재석의 예명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고, 이무기, 유뽕, 유태풍, 유이슬 등 다양한 예명 후보가 언급됐다. 그러던 중 진성이 "배고픔을 항상 채워주자는 의미로 '유산슬'로 하자"고 해 정해진 것.

얼떨결에 트로트 가수가 된 유재석은 또 한 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산슬이 됐다. 그러나 그는 '예능 1인자'·'국민 MC'가 아닌 '신인가수' 유산슬로서 진지하게 앨범 준비에 임했다.

첫 번째 타이틀곡 '합정역 5번 출구'는 작사의 신 이건우와 천재 작곡가 박현우가 참여했으며, 두 번째 타이틀곡 '사랑의 재개발'은 히트곡 메이커 조영수와 김이나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고의 작곡·작사진과 만난 유산슬은 지난 11월 16일 음원을 발매했고, 음원 사이트에 차트인 하면서 '핫루키'임을 입증했다.

유산슬은 깜짝 길거리 버스킹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에서 '합정역 5번 출구'로 무대를 꾸몄고, 시민들 앞에서 숨길 수 없는 흥을 폭발시켰다. 특히 선배 트로트 가수 김연자와 홍진영이 지원사격에 나서 다시 한번 특급 신인임을 보여줬다.  

본격적으로 트로트 가수로서 행보를 시작한 유산슬은 KBS 1TV '아침마당' 신인 트로트 가수 경연 대회에 등장했다. 그는 '합정역 5번 출구'를 열창하며 신인 같지 않은 화려한 무대매너를 자랑했고,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유산슬은 SBS '영재발굴단'에도 얼굴을 비췄다. 그는 '리틀 박현빈' 정동원 군의 첫 콘서트 게스트로 등장해 깜짝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두 사람은 '사랑의 재개발'을 부르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이처럼 방송 3사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친 유산슬은 '지상파 방송 3사 대통합'을 이루며 인기몰이를 했다. 또한 신인 트로트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우는 '가요베스트' 무대에도 올라 1만 관중 앞에서 흥을 폭발시켰다.

치솟는 인기에 '산슬 굿즈' 요청도 빗발쳤다. 이에 지난 21일 '뽕+트로' 콘셉트의 '2020 경자년 유산슬 카렌다'가 출시됐다. 판매와 동시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달력은 온라인 쇼핑몰 굿즈 부문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유산슬은 데뷔 99일 만에 단독 기자간담회도 가졌다. 철저히 비밀로 부쳐진 간담회였기 때문에 현장에서 수많은 취재진들을 보고 놀란 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산슬은 이내 웃음을 지으며 취재진들과 소통했고 "일상이 무료하고 지칠 때 내 노래가 잠깐이라도 에너지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최종 목표를 털어놨다. 

노래 단 두 곡으로 수많은 화제와 인기를 몰고 다닌 유산슬은 22일 '1집 굿바이 콘서트-인연'을 개최하고 800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관객이 모인 콘서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산슬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산슬은 오는 29일 '2019 MBC 연예대상' 특별 무대로 올 연말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송가인과 유산슬의 활약이 침체된 가요계에 커다란 위로를 건넨 가운데,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트로트가 전국민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전했다. 강 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트로트는 흥이 많은 한국인의 감성과 잘 어울리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사람끼리 정서를 연결시켜주는 힘이 있다. 최근 젊은 트로트 뮤지션들의 활동과 기성 가수들의 큰 인기도 트로트 열풍을 불게한 결과라고 본다"며 트로트가 대세로 떠오를 수 있던 이유를 평했다.

이어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젊은 뮤지션 중심의 발굴이었는데 반해 이번 '미스트롯'은 중장년층 중심으로 가족들이 즐기는 색다른 프로그램이었다. 트로트도 다양한 장르와 가사에 내포된 음악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고 본다"며 "트로트라는 장르가 요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윤정 이후 홍진영, 설하윤 등 다양한 형태의 젊은 트로트가 등장하면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1020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트로트의 성격 역시 트로트가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고. 강 평론가는 "과거의 트로트 장르는 듣는 음악 중심이었다.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노래의 맛을 만끽했다면 요즘의 트로트는 보는 음악 함께 즐기는 음악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트로트 장르의 붐을 조성하는 계기 중 하나라고 평가된다"며 "트로트가 젊어지고 있다. 젊은 뮤지션들 중에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려는 파격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기본기를 갖춘 가수들이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고 트로트의 인기 이유를 덧붙였다.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MBC, KBS, 포켓돌 스튜디오

전아람 기자 kindbell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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