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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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16강의 숨은 MVP', 김정우

기사입력 2010.06.27 11:40 / 기사수정 2010.06.27 11:4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상무, 28)는 항상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선수다.

김정우는 마른 체형 탓에 유약한 이미지인데다 플레이도 화려한 맛이 없다. 스피드나 테크닉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이따금 과격한 태클과 집중력이 떨어진 실수도 보인다. 때문에 김정우가 왜 대표팀과 K-리그에서 중용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팬들의 반응을 종종 보곤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김정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김정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공수조율 등 전술 수행 능력도 탁월하다는 게 지도자와 동료 선수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김정우가 종종 무의미한 거친 파울을 저지르기 때문에 그를 싫어한다고 하는 이들도 많지만, 자세히 보면 김정우가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대신 역습 상황 등 상대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울을 한다. 거칠어 보이는 이유는 그의 강한 승부욕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양쪽 풀백이 공격가담을 위해 오버래핑할 때 후방에 남아 이를 커버한다. 이런 부분은 겉으로 잘 드러나는 특징이 아니어서 제한된 시야의 TV 중계로만 경기를 보거나 특별히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김정우의 플레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팀에 공헌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도 김정우가 큰 몫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정우가 가장 탁월한 활약을 보인 경기는 본선 첫 경기 그리스전이었다. 김정우는 중원에서 상대 공격의 맥을 끊고 공격에도 적극가담하며 중원을 장악, 대표팀의 2-0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도 김정우는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선전했다.

이른 시간 실점 이후 흔들리던 대표팀은,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로 우루과이의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고 오히려 서서히 제 경기력을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이는 미드필더의 김정우가 중원에서 재빠른 움직임으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어줬을 뿐 아니라 상대 공격의 시발점인 디에구 포를란(AT마드리드)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덕이었다.

김정우의 활약 덕분에 미드필드 점유율에서도 대한민국은 우루과이를 압도했고, 차두리나 이영표가 활발하게 오버래핑으로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대신 후방을 커버하며 상대의 역습을 조기에 차단하는 김정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김정우가 제 역할을 다하며 중원을 장악하자 허정무 감독은 후반 16분 최전방에 이동국을 투입하며 4-4-2로의 전술 변화를 꾀했다. 결국, 후반 23분 프리킥 기회에서 기성용의 크로스에 이동국이 헤딩 경합을 뛰어줬고, 이는 우루과이 수비수의 어설픈 헤딩 클리어로 이어졌다. 이를 이청용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 만회골이 터지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정우는 준수한 활약 속에서 가끔씩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약점이 또 다시 반복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초반 가슴 철렁한 패스 미스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뻔한 것이 바로 그 예.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 35분 실점 상황이었다.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이 수아레즈에게 굴러갔고 김정우는 발을 뻗어 공을 걷어내려 했지만 빗맞고 말았다. 수아레즈는 이를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문에 차넣어 결승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김정우의 실수 이전에 수아레즈를 자유롭게 놔 준 수비진의 책임도 있기에 김정우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또한, 실수 때문에 김정우의 좋은 활약까지 무시될 필요도 없다.

비록 16강에서 대표팀의 질주는 멈췄지만, 사상 최초의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허정무호는 한국 축구와 월드컵 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표면적으로는 득점을 올린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이정수 등이 그 주역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김정우 역시 간과해선 안 될 원정 16강의 '숨은 MVP'라 할 수 있다.

[사진=김정우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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