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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Made In Korea④] 최재원 "워너가 꾸준히 韓 영화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인터뷰)

기사입력 2019.09.07 16:58 / 기사수정 2019.09.13 09:19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2주년을 맞이해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현재 대한민국의 가요·방송·영화 등 각 분야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시선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K팝'은 물론 세계 제일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속 한국 콘텐츠, 온라인을 통해 세계 시장을 꿈꾸는 웹콘텐츠 등 다방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산 콘텐츠의 세계화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는 물론 우리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해외의 시선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16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투자와 배급에 나선 지 3년 여가 지났다. '밀정'(2016)을 시작으로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까지, 그동안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데 힘을 더하며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15년 1월 1일 이 곳에 둥지를 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프로덕션 최재원 대표가 있다. 최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여 년간 국내 영화계에서 제작·투자·배급을 모두 경험한 몇 안되는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직배사의 로컬 프로덕션 대표를 역임하며 미국의 대형 영화사 속에서 한국 콘텐츠가 새롭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여유로움 속 치열함으로, 끊임없이 새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워너, 창작자들에 대한 깊은 신뢰·존중 있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온 후 저예산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선보여 왔어요.

"처음 시작할 때 워너 멤버들에게 피칭을 하면서 제가 세운 원칙을 말했어요. 그 때 말했던 것이 '1년에 최소 5편 이상(개봉 기준)의 영화를 해보도록 하겠다', '그 중 한 편에는 꼭 신인감독을 넣겠다', '블록버스터부터 저예산 영화까지 전체 포트폴리오를 가급적 나눠서 하겠다', '창작자들과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하겠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너 혹시 우리 회사에 대해 공부했니?'라고 깜짝 놀라면서, 자신들과 생각이 똑같다며 반갑게 여겨주고 제 생각에 동의해줬어요. 고마운 부분이죠.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외국회사의 대표를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워너브러더스가 새롭게 한국 영화에 진입한 것이잖아요. 20년 동안 배급을 해 오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에 제작·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고요. 그런데 이런 원칙을 실행하는 부분에 대해 가타부타 없이 백업을 해줬고, 다행히 창립작 '밀정'도 좋은 결과를 냈죠. 그 이후에는 사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도 많았지만, 회사에서 압박을 주지 않고 있는 부분은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게 초반에 잘 시작할 수 있었죠."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합류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요.

"워너브러더스라는 회사가 100년 가까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잖아요. 언제나 워너의 영화를 보면서 갖게 되는 설렘들이 있었죠. 그리고 코믹한 영화도 보고 나면 묵직했던 것처럼, 워너의 영화중에서는 한 번도 가벼운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워너라는 회사가 갖고 있는 것이 궁금했고 배우고 싶었어요. 호랑이 굴에 일단 가보는 것이 맞으니까, 이 안에 들어와서 이들이 갖고 있는 철학들을 보고 싶었죠."

-그렇게 직접 회사에 들어와서 보니 어땠나요.

"창작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눈에 띄었죠. 처음 입사했을 때 제일 낯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저희는 작품을 얘기할 때 보통 작가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작가, 프로듀서가 누구인지를 먼저 따지더라고요. 저희가 보고하는 서류 포맷이 있는데, 작가에 대해 소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던 적도 있었고요.(웃음) 창작자, 그리고 그들의 지적재산권이라고 말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서로 확보하고 지켜주면서 창작자들과 워너가 함께 갈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아시다시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워너와 계속 함께 가고 있잖아요. 한국에서도 이 산업이 좀 더 길게,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창작자들에 대한 양성과 일종의 신뢰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산 부분도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 예를 들어 한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갑자기 어떤 음악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저작권료가 올라간 것이죠. 그래서 예산이 초과된다고 해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진행이 돼요. 음악 때문에 몇 천 만원을 더 써야 하는데 한 번에 'OK'해주는 것이죠. 이건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산다기보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문화는 좀 배우고 싶죠."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 온 지 2년차가 됐을 때, 아직은 낯선 마음이 더 크다고 얘기했던 것을 봤어요. 그 이후로 시간이 좀 더 흘렀는데, 이제는 스스로 느끼기에 적응이 좀 된 것 같나요.

"적응은 됐죠.(웃음) 적응은 됐는데, 문제는 업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에요. 저와 본사가 일하는 커뮤니케이션 부분은 익숙해졌죠. 그런데 제가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업계의 환경이 바뀌었어요. 중소 투자배급사들이 많이 탄생했고, 넷플릭스라는 OTT (Over The Top·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 서비스)가 생겼고 또 커지고 있죠. 그렇게 영화 시장 자체도 영향을 받고 있고요. 그렇다는 것은, 또 다른 환경들이 바뀌는 것이거든요. 본사 사람들은 한국의 시장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잖아요. 본사와 얘기해야 되는 지점이 달라지는 거죠. 익숙해진 것은 맞지만, 해야 하는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생각이 많은 시점이겠어요.

"'내가 인지하는 것만큼 과연 본사 사람들도 한국 시장을 이해할까?'라는 생각이 커요. 그 과정들에서 혹시 결과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과정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되는 부분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있어서도 쉽게 받아들이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고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9월 25일 개봉)과 '나를 찾아줘'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남은 하반기 라인업이죠.

"10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있잖아요. 하반기는 더 후다닥 갈 것 같아요. 남은 두 영화를 더 열심히 해야죠. 올해가 굉장히 터프한 해인데,(웃음) 그것을 잘 극복해야 내년에 또 힘을 낼 수 있는 부분이라서 잘 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결과에서 얻어진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직원들과도 많이 얘기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할 것이에요.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내년도 마찬가지로 작은 영화들, 의미 있는 영화들, 큰 영화도 물론 해야 하고요. 내년 라인업도 만들어야 할 텐데 지금은 먼저 눈앞의 두 작품을 잘 하면서, 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잘 굴러가게 만들어야하는 것이 제 일이겠죠. 영화의 성공이라는 것은, 정말 하늘이 만들어주는 일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웃음)"


▲ "하나의 디딤돌이 될 만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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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아이픽쳐스와 바른손필름, 투자·배급사 NEW의 공동대표를 거쳐 '변호인'을 만들어낸 제작사 위더스필름까지 모두 거쳐왔죠. 20년이라는 시간을 쭉 일을 해오면서 안팎으로 느끼는 여러 생각이 많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저희 세대가 굉장히 빠르게 세대교체가 될 때 업계에 들어왔거든요. 그 때가 1999년이었는데, 강우석과 차승재라는 사람이 양대산맥이었을 시절이었어요. 당시 그 분들의 나이가 마흔 살도 되지 않았을 때였죠. 지금까지 쭉 돌아보면, 굉장히 많은 환경의 변화가 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간이 계속 지나고, 지금 물론 젊은 감독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와중에 '내가 선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나', '넷플릭스의 공격이라든지 자본의 변화, 관객들의 변화가 있을 때 업계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이런 변화에서 누구에게 고민을 같이 털어놓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에 대한 고민도 커졌고요. 어쨌든 영화계는 제가 20년 동안 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곳이잖아요.(웃음)

그러다 이 자리를 빨리 비켜주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제가 할 일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리를 비워서 누군가가 올라오게 해주고, 물러나 주는 것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서요. 사실 '내가 선배가 됐는데 어떤 것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잘못 생각하면 굉장히 어쭙잖은 건방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할까 계속 생각해보게 되죠."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으니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것이 더 실감나네요.(웃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는데….(웃음) 이제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남들이 저를 얘기할 때 '제작·투자·배급을 다 해 본 사람'이라고 얘길 하면, '정말 없나? 아, 그 선배가 이제는 없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선배 중에서는) 강우석 감독님이 다 해보신 분일 것이고요. 지금은 또 생기고 있죠. 제 경우에 재미있는 점은, 제작·투자·배급을 모두 다른 회사에서 했다는 것이죠. 또 영화계 출신이 아닌 금융계 출신이라는 점도 좀 차이가 있고요. 그런 사람이 영화 일을 하게 된 것이니까, 아직도 예전부터 알고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 '네가 영화할 줄 몰랐어' 이런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니까요."

-지금 말한 대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영화계에 들어왔어요. 영화 일을 할 때 장점과 단점이 고루 있었을 것 같은데요.

"증권사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치들이 영화 쪽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데 좋은 바탕이 돼준 것 같아요. 보통의 영화를 하는 사람보다 회계적인 이해도가 높으니까, 숫자 부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부분에 강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또 아무래도 증권 쪽의 일이라는 것이 여러 회사들을 만나러 다녀야 하는데, 그러면서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라든지 그런 것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펀드 매니저 일을 할 때는 수백, 수천억을 운영했었거든요. 그래서 영화판에서 움직이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것 같아요."

-금전적인 부분에서 담대해질 수 있던 것은 정말 큰 장점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웃음)

"영화가 중소기업과 비교해보면 짧은 시간에 정말 큰돈이 들어오는 것이거든요. 소위 말하는 작은 영화라고 해도 몇 십 억이 들어오고, 또 그 몇 십 억을 몇 달 만에 쓰고 결과에 따라 잃기도 벌기도 하죠. 예전에 큰돈을 운영했던 제 개념에서는, 처음에는 그것이 그렇게 심각한 개념이 아니었어요.(웃음) 펀드매니저였을 때는 하루에 몇 십 억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기업 애널리스트를 할 때도 수천억, 조 단위가 왔다 갔다 하는 일을 매일 하다 보니 영화에서의 20~30억이 제 개념에서는 그렇게 큰돈이 아니었던 것이죠. 제 첫 영화였던 '플란다스의 개' 순 제작비가 9억5천만 원 정도였거든요. 그 때만 해도 초기였었으니까, 제겐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다 싶었던 것이죠. 좋은 말로 표현하면 과감할 수 있던 것이지만, 상대에게는 그것이 클 수 있는 부분인 것이잖아요. 처음에는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살 때도 있었죠.(웃음) 이제는 한국영화 시장에서도 100억이라는 규모가 거의 중간 사이즈가 돼버렸잖아요. 시장하고 비교했을 때, 걱정스러운 면도 사실 있고요."

-성과가 너무나 눈에 띄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기도 하죠.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도 더더욱 어렵고요.

"성과가 너무 드러나죠.(웃음) 그런데 제작자나 투자자 모두, 영화를 시작할 때 그 영화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어요. 흐름이라는 것은, 흔히 요즘 날씨처럼 태풍이 오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죠. 단지 태풍은 경로도가 있으니까 예측 방향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미디어에 대한 트렌드, 관객들의 트렌드는 내부에 있을수록 보기가 어렵구나 싶어요. 우리가 OTT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한 번도 그 방향대로 예측이 맞았다고 판단되지는 못했던 것 같고요. 생활습관인 것이잖아요. 우리의 습관과 닿아있는 것이죠. 예전에는 당연히 비디오 가게에 가서 영화를 빌려서 봤는데, 이제는 다 OTT 서비스로 보고 있으니까요. 퍼스널 미디어가 다 바뀌어가기 시작하는 것이고요.

저는 이것을 '3I(Intelligence(지능), Individual(개인), Interactive(쌍방향의))'시대라고 표현하는데, 이것들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보는 것이죠. 예전에는 미디어가 전해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받는 시기였고, 저 역시도 제가 공급자의 위치에 있을 때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내 것이 좋아!' 이런 마음이었는데 최근에는 방어도 해야 되고, 시청자나 관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도 고민해야 되는 지점이 더 생겼어요. 그것이 앞으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도 계속 생각해야 하는 지점인 것이고요. 내 경험치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화를 시킬 수 있을지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영화 쪽은 더욱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영화 스크린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것은 계속 유지가 되겠지만, 시장이 예전처럼 확장일로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하지만 이것이 베이스이기도 하니 크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고, 기본으로 유지해가던 것들이 바탕이 돼서 다양한 포맷으로 전개될 수는 있겠죠. 그 부분을 어떻게 따라가 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봐요."

-한정된 시장 안에서 성공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결국 또 경쟁을 해야 하잖아요.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영화를 만드는 회사와 드라마를 만드는 회사가 구분된 곳은 거의 없거든요. 스태프만큼은 역할을 크로스 오버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고요. 한국도 지금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고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어냈던 경험치가 드라마로도 갈 수 있어야겠고, 그런 경험치를 가진 사람이 드라마도 하고 더 짧은 작품도 시도하면서 그렇게 사고나 창작의 폭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죠."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OTT 콘텐츠가 있나요.

"저는 사실 OTT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웃음) 그러다 최근에는 왓챠플레이를 알게 돼서, '빅 리틀 라이즈'라는 미국드라마를 보게 됐죠. 굉장히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완성도뿐만이 아니라 7부작씩, 시즌2까지 나온 모습을 보면서 이건 정말 우리가 고민해야 될 지점들일지 모르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늘 두 시간짜리 스토리텔링을 고민해왔던 제 입장에서 '이건 좀 다른데?'라고 다가왔고요.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좀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고, 그동안 제가 너무 제 것에만 몰입돼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하는 투자라는 일이, 하루에 읽어야 될 시나리오들이 많고 결과에 몰입해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그런 흐름에 대해 좀 둔감했을 수 있겠다는 그런 고민도 하게 됐어요."

-다른 세대들의 이야기에도 많이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할까'에 대해 계속 보게 되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가 메인 관객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늘 20대거든요. 영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들의 감성과 비슷할 수 있고, 오히려 제가 앞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시나리오를 보거나 할 때면, 요즘 관객들과 공감대가 맞춰져있지 않다는 것이 명확히 인지가 되고, 또 하고 있어요. 제가 얘기했던 저희 직원들과의 시나리오 난상토론에서도, 제가 재미있다고 판단한 부분이 나이차이가 나는 직원들에게는 전혀 관심사가 아닐 때도 있고요. 또 그들은 재미있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동의가 안돼서, 그 접점을 맞춰보려고 얘기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시나리오를 볼 때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먼저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가 다시 보곤 하죠.

또 간혹 직원들은 재미없다고 여겼는데 다시 보니 재미있는, 또 좋은 프로듀서와 작가가 붙어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 경우에는 직원들이 아무래도 업계 네트워크가 약해서 그런 부분을 놓치고 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던 것이죠. 그런 것은 충분히 모를 수 있는 부분이니까, 제가 살짝 개입해 필터링을 해주는 것 외에는 일부러 관여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과 내가 캐치하는 것, 또 나중에 사고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르거든요. 예전에는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의식을 하게 되고 '저걸 왜 재밌어하지?' 반문하게 되는 것이죠."

-2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죠. 앞으로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있다면요.

"시간이라는 것이 늘 그래요.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죠.(웃음) 재밌었고, 열심히 했어요. 초반에는 '네가 무슨 제작을 하니, 너 원래 투자했던 사람이잖아'이런 말까지도 듣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에선 저는 다행히 복이 있던 것 같아요. 밥을 많이 사서 그런가?(웃음) 영화적 동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은 지금도 꾸준하게 제가 어떤 일을 하든지 지지해주고 있고, 송강호 씨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도와주고, 마음도 털어놓아주고요. '영화인들에게 고마운 것, 내가 받은 것을 무언가 돌려줘야 하지 않아?' 생각했을 때, 이 분들에게 고마운 것은 저를 파트너로, 또 친구로 잘 받아주면서 힘들 때 격려도 해주고 많은 도움과 영감을 줬다는 것이죠. 차승재 대표님도 마찬가지에요. 스태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많이 배웠고, 제가 정말 힘들 때 그 사람들이 제게 와서 '버티라'고 해줬어요. '쉽게 이 바닥을 못 떠나겠다' 생각한 것은,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Nothing'으로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또 그 결과로 관객들을 만나고, 이런 과정이 재미있죠. 남들이 쉽게 못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과정에서 망해도 봤지만 좋은 일만 생각해봐도 천만 관객 영화도 해봤고,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레드카펫도 밟아봤고요. 해볼 것은 다 해본 것 같아요. 뿌듯하죠. 굉장히 변화가 많은 이 업계에서 내가 할일이 무엇일지, 정말 그 고민을 많이 해요.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로는 워너가 꾸준히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죠. 그런 부담도 물론 당연히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짜로 좋은 영화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올해 '기생충'을 보면서, 뭐랄까요. '한국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라는 것을 만들어 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영화적인 측면에서 뭔가 하나의 디딤돌이 될 만한,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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