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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SK 클로저' 하재훈의 비법 "잘할 수 있는 것, 그 한 가지만"

기사입력 2019.05.27 14:59 / 기사수정 2019.05.27 15:05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마무리' 하재훈은 팀도, 본인도 분명하게 그리고 있던 미래였다. 다만 그 그림이 이렇게 일찍, 빨리 그려질 줄은 몰랐다.

SK 와이번스 하재훈은 지난 2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2-1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달성했다.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태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하재훈의 10번째 세이브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재훈은 4월 3일 롯데전에서 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이후 2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마무리였던 김태훈의 부진으로 클로저 자리를 받은 뒤에도 흔들림은 전혀 없었다. 지난주 나온 4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달성한 하재훈은 5월 동안만 8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마크했다. 하재훈은 "이제 기록이 보이더라"면서도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투수 하재훈, '올 것이 왔구나'

지난해 8월 열린 2019 신인 드래프트, SK는 2라운드에서 하재훈을 호명하며 이름 앞의 포지션을 외야수가 아닌 투수로 불렀다. 하재훈은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트라이아웃 때도 투수로 뽑을까봐 일부러 피칭을 안 보여줬는데, SK가 뽑는다면 무조건 투수일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오히려 SK는 하재훈이 트라이아웃에서 투수로서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그는 "팀에서는 안 보여주길 잘했다고 하더라"고 미소지었다.

하지만 지금껏 야수로 뛰어온 하재훈에게는 투수를 선택하기 전 수많은 물음표에 대한 보험이 필요했다. 그 보험이 바로 투수 하재훈에 대한 팀의 '확신'이었다. 진상봉 전 스카우트팀장이자 현 운영팀장, 그리고 조영민 현 스카우트팀장은 하재훈을 붙잡고 설득에 나섰다. 하재훈은 "1시간 정도 싸운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진상봉 팀장은 "투수로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득했다. 아내와 아들 둘, 가족이 있지 않나. 야수보다는 투수를 하는 것이 빨리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했다"면서 "몇 번을 나에게 안하겠다고 하더라. 이야기 다 끝났는데 왜 또 왔냐고 돌려보내곤 했다"고 웃었다.

그런 팀을 향해 하재훈은 "염경엽 감독님도 그렇고 믿어보라고 하시는데, 확신 있게 말씀해주셔서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얘기한다. 진 팀장은 "신인 입단식 때 가족들을 불러 착복, 착모식을 한다. 그 때 재훈이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미국과 일본을 다니면서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겠나. 잘되어야 하는데, 잘하고 있으니 대견하다"는 진심을 전했다.


(손혁 코치는 하재훈에 대해 "우리나라 선수 중에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제일 많이 던지는 투수일 것이다. 주자가 있든 없든, 그렇게 던지는 모습을 보고 마무리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타자가 직구를 노리는 것을 알고도, 그래도 직구를 던진다"고 말한다.)

◆누구나 알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하재훈의 마무리 보직으로의 이동은 '네가 마무리'라는 말 없이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염경엽 감독은 "내년, 빨라야 후반기를 생각했는데 일찍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재훈도 "생각도 못했다"며 "팀에서도 그렇게 안 시킬 거라고 해 여유있는 상황에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 날부터 동점 상황에서 올라갔다. 이상하더라고. 그래도 출발이 좋았다"고 웃었다. 개막 첫 날 데뷔전에 나선 하재훈은 승리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하재훈은 자신을 굳이 '마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재훈은 "물론 마지막에 올라가니까 마무리 투수인 건 맞지만, 그 전에 선발과 중간이 다 잘 던져서 나에게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내가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걸 생각하기보다, '내가 마무리다'라는 건 다 버리고 타자에만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는 "오늘 던지고, 내일 던지고를 신경 쓰지 않고, 또 1이닝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타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주자 있든 없든, 이 타자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한 타자, 한 타자에만 집중해서 던진다. 바깥 쪽의 모든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이브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비결을 전했다. 하재훈은 "물론 나도 사람이니 떨린다"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지 않나. 그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 강하게 생각한다. 이 타자 혹은 이 구종, 그 한 가지에 집중하다보면 포커페이스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재훈은 "나만의 노하우다. 누가 써먹을 것 같으니 쓰지 말아 달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이내 그 말을 취소했다. '알아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 하재훈과 기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자신이 던진 공을 마지막으로 승리를 지키고 경기를 끝내는 기쁨은 마무리만이 누릴 수 있다. 하재훈은 "정말 기분 좋다. 특히 내가 삼진 잡아서 끝나는 것보다, 야수들이 잡아줘서 끝날 때가 더 기쁘더라"고 얘기했다.)


◆인정받는 과정의 1년차 투수

하재훈은 투수 전향 1년차다. 그간 최대한 연투를 자제시켰고, 앞으로도 무리시킬 계획은 없다.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휴식을 줄 것이다. 2주에 한 번 정도는 상황에 따라 토-일-월요일을 쉬도록 정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안 좋아지면 엔트리에서 빼서 휴식을 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좋은 흐름이라 굳이 빼서 끊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좋은 흐름을 오래 끌고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 흐름을 2~3달 끌고가면 모두가 인정하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지금도 인정받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재훈에게 '이제 완연한 투수가 된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마운드를 가리키며 "지금 투수인데, 뭐가 더 필요하겠나"라고 웃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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