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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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in 칸:기생충] "엔딩크레딧까지 봐 달라"…봉준호 감독의 당부 (인터뷰)

기사입력 2019.05.23 11:50 / 기사수정 2019.05.23 11:31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칸국제영화제 속 '기생충'의 첫 공개를 마친 봉준호 감독이 그야말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영화 알리기에 한창이다. 영화는 공개 후 뜨거운 호평을 얻으며 봉준호 감독이 가진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4층 살롱에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국내 매체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했다.

'기생충'은 지난 21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의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의 팬들을 만났고, 8분간의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 중심에는 봉준호 감독이 있다. 이날 오후 한국 취재진들과의 인터뷰 이전에도 끊임없이 외신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가 5월 30일에 개봉하는데, 프랑스에서도 6월 5일에 개봉하게 됐다"며 조금 더 분주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공식 상영을 되짚은 봉준호 감독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많이 받았어요.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누가 영화제에 와서 반응이 나쁘다고 하나요"라고 웃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할 만큼 칸에서의 첫 공개 이후에도 그 내용이나 전개에 대한 부분이 철저히 가려져 있다.

봉준호 감독은 "다만 특이했던 것은, 상영 후 외국 지인이나 관계자들과 얘기하는데 '기생충'이 다 자기 나라의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영화가 양극화에 대한 얘기니까, 사실 그렇게 비슷하다는 게 기쁜 일은 아닌데 기본적으로 영화의 어떤 이슈나 테마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은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칸에서의 상영 후 기립박수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8분여의 기립박수가 이어지던 중,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봉준호 감독은 "밤이 늦었으니, 어서 집으로 돌아갑시다. Let's go home"이라는 센스 있는 인사로 현장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저와 (송)강호 선배가 서로 '왜 박수가 안 끝나나' 얘기하고 있었죠. 사실, 쑥스럽거든요. 그리고 당시 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배고프다'라고 말하는 입모양이 담겨 있어요. 당연히 물론 기쁘죠. 같이 일했던 배우들과 순간을 즐기고 폭포 같은 박수로 샤워하는 듯한 느낌도 좋은데, 어느 임계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면 서양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적극적인 표현을 많이 하는데, 사실 저희들은 그 정도까지 구사할 수 있는 제스처들이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티에리 프리모가 마침 있기에, 빨리 정리하라고 '집에 가자'고 했던 것이죠. 그리고 진심으로 배가 고팠거든요. 일부러 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말 너무 배가 고팠어요.(웃음)"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후 2년 만에 다시 초청받은 칸영화제다. 봉준호 감독은 "제 기준으로 봤을 때는 (신작을 내는) 주기가 좀 짧았죠. 그 전까지는 제가 보통 3년 주기로 작품을 내놓았거든요. '설국열차'와 '옥자'를 하면서 그 주기가 깨졌는데, 복구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이번 개봉 시기에 대해서는 뭔가 뿌듯한 마음이 있어요"라며 웃었다.

작품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생충'은 2009년 '마더'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온전한 한국 작품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와 '옥자'를 빗대 "기차와 돼지에 4년씩 쓰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던 일이었죠. 후회는 없어요. '옥자'와 '기생충'의 차이를 묻는다면, 미국이나 한국, 영어대사와 한국 대사 그런 것보다도 규모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옥자' 제작비가 600억 정도가 들어갔고, '기생충'은 100억 대 초반인데 '옥자' 당시 300샷 정도의 CG 돼지를 만드는 작업은 정말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투입되는 일이었거든요.

저의 에너지를 인물 하나하나에 섬세하게 현미경으로 파고들듯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마더'나 '살인의 추억'이 더 정확한 비교의 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후의 미래는 제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이즈의 영화를 하고 싶을 것 같아요. 이 규모가 제 몸에 딱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거든요. 그게 좋아요.(웃음)"

특히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공식 상영 당시 엔딩 크레딧까지 모두 올라가지 않은 채 상영이 마무리된 것을 언급하며 "상영이 끝나고 검은 화면에 크레딧이 나오잖아요. 그 때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극장에 불이 켜지죠. 그런데 사실, 그 크레딧이 올라갈 때 최우식 군이 부른 노래가 있거든요"라고 귀띔했다.

영화가 첫 공개된 21일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도 이 엔딩크레딧 부분은 만나볼 수 없었다. 이는 곧 국내에서 개봉할 '기생충'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미리 전하는 관람 포인트이기도 했다.

"저희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제가 작사를 했어요. 공식 상영 때는 다시 켜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아쉬웠는데, 실제 저희 영화에서는 우리의 주인공 기우가 전하는 말이 담겨있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관객들이 그 노래를 듣고 잔상이나 여운을 갖고 극장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국내에서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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