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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이한 감독 "'좋은 사람일까' 고민할 수 있다면, 이미 좋은 사람"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3.04 18:45 / 기사수정 2019.03.04 18:3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한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따스함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2월 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은 3일까지 22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착한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데뷔작 '연애소설'(2002)부터 '청춘만화'(2006), '내 사랑'(2007),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전작 '오빠생각'(2016)까지 이한 감독의 작품을 대표하는 단어는 '따뜻함'이다. '증인'에서도 그 힘은 이어진다.

이한 감독이 '증인'을 만난 계기는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위원을 맡으면서였다. 문지원 작가의 이 시나리오는 대상을 수상했고, 이한 감독의 표현처럼 '운명같이' 그에게 다가왔다.

"운명이라는 게 참 예측할 수가 없어요. 제가 만약 그 때 심사위원을 하지 않았다면 연출하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을 했었기 때문에 만났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연인거죠.(웃음)"

시나리오를 각색하며 가장 중시했던 부분은 '원래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제대로 살려야 겠다'는 점이었다.

이한 감독은 "기왕이면 제가 좀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진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그 폭을 넓힐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각색했죠"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정우성과 김향기의 만남을 통해 진짜 소통과 신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여기에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더하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어우러져 몰입을 높인다.

이한 감독은 "착하고 잔잔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의외로 재미있네?'라는 부분을 느껴주셨으면 했죠. 의외로 긴장감도 있고, 유머도 있는 그런 영화로요. 하지만 또 저희 영화가 코미디는 아니기 때문에, 유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어떻게 하면 그 틈을 조금이라도 찾아서 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 했었고요"라고 말했다.

법정신 등 긴장감을 줘야 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진짜 있는 사건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고, 유머를 가미할 부분에서는 영상을 보고 웃는 자신의 뒷모습을 직접 촬영하며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일단 제가 웃어야 다른 사람도 재미있는 것이잖아요.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이런 방식을 시도해봐야 과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우성과는 첫 작업이었고, 김향기와는 '우아한 거짓말'을 함께 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늘 그랬듯, 배우들을 믿고 맡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한 감독은 "촬영 전에는 캐릭터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원래 저는 예전부터 현장에서는 디렉션을 하지 않거든요. 저의 어떤 말이 배우들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시나리오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배우들이 또 그것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편이죠"라고 말을 이었다.

"드라마 장르에서는 배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정우성 씨와 김향기 씨는 물론이고 배우 분들이 정말 잘 해주셨어요"라고 칭찬을 전했다. '배우들의 공 이외에도, 본인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부분도 있지 않겠냐'는 농담 어린 이야기에 이한 감독은 "제가 (이 배우들을) 캐스팅 했잖아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함께 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순호와 지우가 서로 교감해가는 모습 속에서 관객들도 온전히 마음을 열고 영화 속에 빠져든다.

이한 감독은 "감독으로서 제일 안도할 때가, 앞부분에 사건을 설명하거나 진행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혹시 관객들의 마음이 작품에서 벗어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는데 관객들이 웃어준다는 것은 아직 영화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척도거든요. 캐릭터를 잘 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니까요. 그럴 때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죠"라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증인'을 본 많은 이들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작품이 가진 의미를 되짚는다.

"아, 제가 잘 한 것 있네요. 그 대사를 제가 썼잖아요"라고 웃어 보인 이한 감독은 "그 질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반성을 한다면, 이미 그 분은 좋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지만 실수하지 않고,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한 번도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신도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렇게 때때로 반성하고, '내가 좋은 사람일까, 잘 살고 있는 사람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한 감독만의 색깔로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한 감독은 "저는 제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그래서 저 역시 지금까지 운이 좋게 이렇게 연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만큼, 따뜻함을 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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