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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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②] 박인환 "CF만 찍으면 배우 아냐, 연기로 살아있음을 느껴"

기사입력 2019.01.10 07:00 / 기사수정 2019.01.10 09:5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우리 나이 75살, 데뷔 55년 차이지만 프로의식과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원로 배우 박인환 이야기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2월에 영화 ‘엑시트’ 촬영이 끝났어요. 조정석, 소녀시대 윤아, 고두심 씨가 나오는데 가스가 터져 피해 다니는 재난 영화에요. 조정석이 취직도 안 되고 찬밥신세인 아들로 나오는데 목숨을 걸고 좋은 일을 해나가는 이야기에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습을 했는데, 더블캐스팅이여서 여유가 있어요. 수목드라마 ‘왜 그래 풍상씨’는 일주일에 반만 나가고. 주인공 유준상이 바쁘지"(웃음) 

재작년에 찍은 ‘기묘한 가족’은 2월에 개봉해요. 정재영이 출연하고 가족 얘기면서 좀비가 나와요. 웃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죠. 참여한 작품이 다 잘 돼야지. 현장에서 죽기 살기로 다 힘들게 작업하니까. 옛날에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열심히는 다하는 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당히 하면 안 돼요.” 

현재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만석 역을 맡아 열연한다.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 진한 여운을 남긴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여서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지만 젊은 층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과거에는 ‘노인이 주인공인 작품을 하면 누가 보겠어’라는 식의 자조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이제는 고령화 시대에 맞게 노인의 일상과 사랑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고, 세대를 초월한 관심을 부른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이런 점에서 의미 있다. 

“작년에 ‘비밥바룰라’가 개봉했는데 노인들 얘기에요. 나, 임현식, 신구 등 나왔거든. 지금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이고 노인들이 오래 살면서 노인들 얘기가 많이 화제 되고 있단 말이죠. 예전에 비해 달라졌어요. 노인들의 문제가 연극이나 영화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예요. 노인 문제가 사회에서 클로즈업되면서 (작품도) 따라가는 것 같아요. 시장이 넓어지는 거죠.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 연극이니까. 아름다운 얘기도 있지만 나쁜 얘기도 있을 수 있고, 노인들의 다양한 문제를 다양하게 짚어볼 수 있겠죠.” 

예능도 다르지 않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이 출연해 인기를 끈 예능 ‘꽃보다 할배’ 이야기가 언급되자 “말주변이 없어 식은땀이 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은 많이 이야기하다 보니 나은데 긴장되면 헛소리하고 그래요. 웃긴 농담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할 줄 모르니 재미없어요. ‘아침마당’(지난 8일 방송) 나가는 것도 걱정이야.” 

무대 아래에서는 말주변이 없을지라도 작품 속에서는 천의 얼굴이다.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로 데뷔한 박인환은 지금껏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죽기 전까지 연기를 마스터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실 잘한다는 게 기준이 애매해. 인기가 많으면 잘한다고 해야하는 건지. 스타와는 다르다고들 하는데. 몇 년을 CF만 찍는 연기자들도 있잖아요. 인기가 있으니까 찍는 거지. 그런데 작품을 안 하면 뭐가 배우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가 두려운 거야.” 

박인환은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라는 한 길을 달려왔다. 비결은 ‘성실’이다. 

“올바르고 성실한 배우가 좋아요. 자기가 연기자라고 까불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사람이 덜된 거지. 선배들이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연기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고. 인내심은 말할 것도 없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많거든요. 하루종일 기다리고 새벽에 끝나니까 성실한 게 기본이에요. 매 순간 긴장되고 치열해야 해요. 늦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수십 명이 나 때문에 진행이 안 되는 거니까. 미리 가는 게 낫지. 시간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해요.”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연기를 사랑하고, 식지 않는 열정을 발휘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100분의 시간 동안 캐릭터에 몰입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그렇게 연기하는 원동력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라고 답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 와이프는 연극 하지 말래요. 수백 번 외우면서 혼자 중얼대니까. 이제 와이프가 보지도 않아요.(웃음) 영화는 하루에 많이 찍지 않아 여유가 있는데 연극은 더 치열하죠. 무대에서 쓰러진 친구들도 많잖아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게 잠재돼있거든요. 평범하게 했던 것도 긴장되면 막히는 순간이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돼요. 그런데 그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너무 느슨하면 안 돼요.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그러니까. 내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거지.”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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